관계대명사의 연결 용법은 전통적으로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즉, 제한적용법과 계속적 용법입니다.
1. 제한적 용법과 계속적 용법(Restrictive vs Continuative)
다음의 예를 보겠습니다.
(1) We have two daughters who became nurses.
우리에게는 간호사가 된 딸이 두 명 있다.
(2) We have two daughters, who became nurses.
우리에게는 딸이 두 명 있는데 그들은 간호사가 되었다.
(1)번 문장은 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 절입니다. ‘who became nurses’의 관계대명사 절이 선행사 ‘two daughters’를 수식합니다. 관계대명사 절이 ‘두 딸’이라는 비교적 넓은 의미의 선행사를 ‘간호사가 된’이라는 매우 좁은 폭의 의미로 좁혀 줍니다. 의미를 제한(=축소, 좁혀주는 것) 한다고 해서 제한적 용법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영어로 제한적 용법은 restrictive use 또는 defining use라고 합니다.
(2)번 문장은 계속적 용법입니다.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습니다.
We have two daughters, and they became nurses.
즉, 계속적 용법의 관계대명사란 단지 <접속사+대명사>를 관계대명사로 바꿔준 것뿐입니다. 왜 이렇게 쓸까요? 그 이유는 단 하나 효율성 때문입니다. 단어 두개 쓸 것을 하나로 줄여주니 효율적인 것이지요. 영어로 계속적 용법은 continuative use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관계대명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https://softca.tistory.com/1248
2. 비제한적 용법(Non-restrictive use)
그런데 이번 주 6 Minute English(BBC Learning English 2022-12-23 '3D printers')에는 조금 독특한 형태의 관계대명사절이 있습니다. 다음의 문장을 보겠습니다.
[34] In 2021, Stephen Verze, who lost an eye in a childhood accident, became the first person to be fitted with a 3D-printed prosthetic eye.
이 문장에서 who는 관계대명사이고 격은 주격입니다. 선행사는 Stephen Verze입니다. 본문을 보면 관계대명사 앞에 콤마가 있습니다. 관계대명사 앞에 콤마가 있으면 전통적 분류 방식에 의하면 계속적 용법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계속적 용법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계속적 용법이 되려면 앞에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계속적 용법의 관계대명사는 <접속사+대명사>의 기능을 합니다. 이때 접속사는 문장을 연결하는 접속사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원래는 뒤의 문장인데, 이를 앞으로 도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인공 눈을 장착한 최초의 사람인데, 그런데 그는 어릴 때 눈을 잃었다’
라는 뉘앙스가 되는데 이것은 맥락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러면 제한적 용법일까요?
제한적 용법이라면 굳이 콤마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본문과 같은 용법의 관계대명사를 비제한적용법의 관계대명사라고 합니다. 비제한적용법의 관계대명사절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것은 삽입절입니다.
삽입절 형식
통상적으로 삽입절은 어떤 내용을 추가 설명하거나 부연 설명하기 위한 용도로 많이 씁니다. 무언가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삽입절을 썼는데 마침 삽입절 내용이 앞의 어떤 명사를 추가 설명하는 것이었고, 삽입절 내에 해당 명사와 같은 명사가 있으면 이를 관계대명사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대명사가 비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입니다.
비재한적용법의 관계대명사절은 본질적으로 삽입절이므로 절의 앞부분과 끝부분에 콤마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말 해석은 대체로 제한적 용법의 해석 방식을 따릅니다. 다음은 이 문장을 직역한 것입니다.
[34] [어린 시절의 사고에서 눈을 잃어버렸던] 2021년에 Stephen Verze이 3D 인쇄를 한 인공 장기(의) 눈을 맞춘 첫번쨰 사람이 되었습니다.
의미의 추가, 확장 또는 부연설명
다음 문장은 6 Minute English [BBC Learning English] 2021-12-02 'The Human Library: Life as an open book'에 나온 문장인데 아주 전형적인 비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의 의미를 보여 줍니다.
[9/61] Readers may borrow these 'books', who are people from all walks of life, for a thirty minute conversation.
[직역] 독자들은 30분간의 대화를 위해, [사회 각계 각층 출신의 사람들인] 이들 '책들'을 대출받을 수도 있습니다.
☞ all walks of life '사회 각계 각층'
[소스] 6 Minute English(BBC Learning English) 2021-12-02 'The Human Library: Life as an open book'
‘Human Library’란 책 대신 사람을 대여해 주는 도서관입니다. 이곳에서는 높은 식견을 가진 각계각층의 인사가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과 대화로 고민을 상담해 줍니다.
위 문장에서 ‘books’는 사실 책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의 관계대명사는 who가 왔습니다. 관계대명사 who가 이끄는 관계대명사절은 books를 수식합니다. 그런데 관계사절은 books의 의미를 제한(=축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책(즉, 종이 책)이라는 개념에 ‘인간 책’이라는 기존의 책에는 없는 추가적인 개념을 확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관계대명사의 용법 중에 ‘제한적 용법’이란 선행사의 의미를 축소시킵니다. 그래서 제한적 용법이란 용어를 씁니다. 그런데 위의 문장처럼 선행사의 의미를 확장해 주는 관계대명사를 제한적 용법이라고 부르기는 좀 이상합니다. 그래서 이런 용법의 관계대명사를 비제한적 용법의 관계대명사라는 용어를 사용해 기존의 용법과 구분합니다.
(비제한적 관계대명사의 특징)
비제한적 용법이란 종래의 제한적 용법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가 다소 껄끄러운 수식용법의 관계대명사 용법을 가리킵니다.
의미로 보면 선행사의 의미를 제한(=축소)하는 형태의 수식이 아니라 확장(추가 설명, 부연 설명 등)해 주는 수식을 합니다. 그리고 형태적으로는 콤마 또는 대시로 둘러싼 삽입절 형태를 취합니다.
(관계대명사 용법과 관련된 용어)
관계대명사 용법과 관련한 최근의 자료를 보면 조금은 헷갈립니다.
국내자료는 아직 대부분 제한적 용법과 계속적 용법으로 구분합니다. 차이점은 콤마가 있고 없음으로 구분합니다. 여기에 계속적 용법은 <접속사+대명사>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따라서 계속적 용법의 관계대명사절은 일종의 등위절이며, 앞절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은 대명사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외국 자료에는 계속적 용법이란 용어를 찾기가 힘듭니다. 아마도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비제한적 용법이란 용어를 대부분 씁니다. 그리고 콤마의 유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비제한적 용법은 더 이상 <접속사+대명사>라는 계속적 의미 관계대명사라는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추가설명, 부연 설명, 의미의 확장이라는 관점만 부각합니다. 따라서 이들 재료의 비제한적 용법에는 이글에서 설명한 비제한적 용법과 계속적 용법을 포함합니다.
일부의 영어 자료에는 비제한적 용법 중에 삽입절 형태를 띠는 관계대명사를 「삽입된 관계대명사절(embedded relative clauses)」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마치는 말)
학창시절의 학교 문법에서는 제한적 용법과 계속적 용법만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수년전 한 인터넷 강의에서 어느 대학교수님으로부터 비제한적용법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 개념이 제한적용법과 구분이 안되어 한동안 혼란스러웠는데 그 후에 삽입절과 개념이 섞이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외국 자료에서는 더 이상 계속적 용법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계대명사의 연결 용법은 현 시점에서 3가지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 용법을 나누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콤마의 유무, 선행사의 수식 여부, 수식의 형태 즉 제한인가 또는 추가 설명인가의 여부, 접속사 기능 여부 등입니다.
관계대명사 용법을 이렇게까지 구분해야 할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의미나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어민들은 본능적으로 의미가 구분되겠지만 영어를 후천적으로 배우는 이들에게는 선천적인 뉘앙스 차이 구분 능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숙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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